
컴퓨터라는 단어는 지금은 너무 익숙하지만, 그 출발점은 단순한 ‘계산도구’였다. 주판에서 진공관, 트랜지스터, IC, 마이크로프로세서, 그리고 오늘의 AI 컴퓨터까지. 이 흐름은 단순한 역사 지식이 아니라, 지금 우리가 쓰는 컴퓨터 구조와 프로그래밍 방식이 왜 이런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핵심 줄기다.
컴퓨터의 발전 — 주판에서 AI까지
가장 최초의 계산 장치는 주판이었다. 단순한 덧셈도 기계 없이 수행하려면 구슬 위치를 손으로 올리고 내리는 방식이 필요했다. 이 주판은 사실상 오진수(0~4)를 기계적으로 구현한 도구였다.
이후 파스칼과 라이프니츠가 기계식 계산기를 만들면서 톱니바퀴 기반의 덧셈·뺄셈·곱셈·나눗셈이 가능한 계산기가 등장한다. 베비지의 차분기관·해석기관에서는 카드 입력을 통해 ‘프로그래밍’이라는 개념이 싹트기 시작한다.
전기 기계식 계산기(마크 I)를 지나, **진공관 기반의 전자식 계산기(에니악)**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현대적 컴퓨터의 출발선에 도착한다.
컴퓨터 세대별 구분 — 무엇으로 회로를 만들었는가
컴퓨터 세대는 ‘사용된 전자 소자’에 의해 나뉜다. 이 구분은 단순 암기가 아니라, 왜 컴퓨터가 작아지고 빨라졌는지를 설명해준다.
1세대 — 진공관 시대
컴퓨터가 방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 거대했다. 열도 많이 나고 전기도 많이 먹었다.
대표 기종: 에니악(ENIAC), 에드삭(EDSAC), 에드박(EDVAC), 유니박(UNIVAC)
언어: 기계어, 어셈블리어
2세대 — 트랜지스터 시대
진공관을 대체한 트랜지스터가 등장하며 크기·전력·열 문제가 해결된다.
운영체제가 처음 등장하고 포트란·코볼 같은 고급 언어가 탄생한다.
3세대 — 집적회로(IC) 시대
IC 칩 하나에 수백·수천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.
시분할 처리, 일괄 처리, 실시간 처리처럼 현대 운영체제의 기반 기능이 이때 정립된다.
네트워크 기술도 등장한다.
4세대 — LSI/VLSI, 마이크로프로세서
트랜지스터 수가 수만~수십만 개로 늘어나며 CPU라는 개념이 확립된다.
개인용 컴퓨터(PC)가 등장한다.
5세대 이후 — 초고집적·그래픽 UI·AI
그래픽 기반 인터페이스(GUI), 고속 병렬 처리, 인공지능, 신경망, 스마트폰 등
고도화된 현대 컴퓨팅의 형태가 정착한다.
집적회로(IC)의 분류
IC는 ‘한 칩에 들어간 트랜지스터 수’로 구분한다.
이 숫자가 커질수록 컴퓨터 성능도 비약적으로 향상한다.
- SSI: 수십 개
- MSI: 수백 개
- LSI: 수천 개
- VLSI: 수만~수십만 개
- ULSI: 수백만 개 이상
현대 CPU는 ULSI의 대표적 산물이다.
컴퓨터의 분류
데이터 형태 기준
아날로그 컴퓨터: 전압·온도·압력 등 연속적 신호 처리
디지털 컴퓨터: 0·1의 이진수로 처리
하이브리드 컴퓨터: 두 신호를 모두 처리하는 장치(센서+연산장치 구조)
사용 목적 기준
전용 컴퓨터: 기상청·군사·천문학 등 특정 목적
범용 컴퓨터: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 PC
규모·성능 기준
마이크로 컴퓨터 → 워크스테이션 → 미니 컴퓨터 → 메인프레임 → 슈퍼컴퓨터 순으로 크기·성능이 증가한다.
특히 슈퍼컴퓨터는 수천 개 이상의 CPU를 병렬로 연결해 기상 예측·물리 계산을 수행한다.
폰 노이만 구조 — 모든 현대 컴퓨터의 뼈대
폰 노이만이 제안한 구조는 간단하지만 절대적이다.
프로그램과 데이터가 한 메모리(RAM) 안에서 함께 존재한다.
- 프로그램은 SSD/HDD에 저장
- 실행하면 RAM으로 올라옴
- CPU가 명령어를 읽어 실행
- 결과는 다시 메모리를 통해 출력
이 구조는 단순하고 경제적이지만 **병목현상(버틀넥)**이 발생한다.
프로그램도 메모리에서 읽고, 데이터도 메모리에서 읽기 때문이고, 둘이 충돌하면 지연이 생긴다.
하버드 구조 — 병목을 피하는 방식
하버드 구조는 프로그램 메모리와 데이터 메모리를 분리한다.
명령어와 데이터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매우 안정적이다.
아이폰(iOS), 임베디드 장치(아두이노 등)가 이 방식을 사용한다.
비 폰 노이만 구조 — 확장된 컴퓨터 시스템 개념
폰 노이만 구조가 하드웨어 중심이라면, 비 폰 노이만 구조는 전체 시스템을 아우르는 개념이다.
AI 연산 구조, 신경망 컴퓨터, 병렬 처리 시스템, 양자컴퓨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.
단순히 ‘메모리 구조’가 아니라 ‘전체적 처리 방식’을 포함하는 확장형 개념이다.
단어장
전자식(電子式) / electronic / 뜻: 전기 흐름을 이용한 방식 / 음: 전(電子)·식(式) / 어원: 그리스어 elektron(호박·전기)
계산기(計算器) / calculator / 뜻: 셈하는 기계 / 음: 계(計)·산(算)·기(器) / 어원: 라틴어 calculare(돌로 세다)
세대(世代) / generation / 뜻: 시대 구분 / 음: 세(世)·대(代) / 어원: generare(낳다·생성하다)
진공관(眞空管) / vacuum tube / 뜻: 내부가 비어 있고 전류를 제어하는 관 / 음: 진(眞)·공(空)·관(管) / vacuus(비어 있는)
트랜지스터 / transistor / 뜻: 반도체 증폭·스위칭 소자 / transfer(옮기다) + resistor(저항) 조합
집적회로(集積回路) / integrated circuit / 뜻: 다수의 소자를 한 칩에 모은 회로 / 음: 집(集)·적(積)·회(回)·로(路) / integrare(통합하다)
아날로그 / analog / 뜻: 연속적 신호 / analogos(비례하는)
디지털 / digital / 뜻: 이산적 신호 / digitus(손가락·단위)
범용(汎用) / general-purpose / 뜻: 여러 용도로 쓰는 형태 / 음: 범(汎)·용(用) / generalis(일반적인)
병렬처리(竝列處理) / parallel processing / 뜻: 동시에 여러 연산을 수행 / 음: 병(竝)·렬(列)·처(處)·리(理) / para(옆) + allelos(다른)
중앙처리장치(中央處理裝置) / central processing unit / 뜻: 명령 실행 장치 / 음: 중(中)·앙(央)·처(處)·리(理)·장(裝)·치(置) / centrum(가운데)
하버드 구조 / Harvard architecture / 뜻: 명령어·데이터 분리 구조
폰 노이만 구조 / von Neumann architecture / 뜻: 명령어·데이터 통합 메모리 구조
버틀넥 / bottleneck / 뜻: 병목 현상 / bottle + neck 조합